이번에는 저번 진 소개글에 이어서 진의 종류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진의 종류
1) 쥬니버(쥬네버)
Genever 혹은 Jenever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진의 원본 형태라고 볼 수 있는 네덜란드의 증류주입니다. 이전 글에 언급하였듯, 네덜란드의 의학박사인 프란시스퀴스 실비우스 드 부베(Sylvius de Bouve)가 제조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상품화된 쥬네버를 최초로 출시한 곳은 리큐르로 유명한 루카스 볼스이며, 현재도 특유의 긴 원통형 병으로 꾸준히 생산되고 있습니다. 맥아로 만들어진 밑술을 증류하여 주니퍼베리와 다른 침출 재료의 향이 강한 타 진들과 다르게 오히려 맥아 특유의 꾸덕한 향이 강하게 남아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2) 올드 톰 진 (Old Tom Gin)
18세기 형태의 진으로, 런던 드라이 진과 쥬니버의 중간 단계로 볼 수 있습니다. 시기적으로 중간일 뿐만 아니라 맛 또한 중간 즈음이며 쥬니버에 비해 다소 향긋한 주니퍼베리향이 강해지고, 달달한 끝 맛이 납니다. 19세기 이후 증류 기술의 발달 덕분에 굳이 단맛을 추가하지 않아도 훌륭한 진이 나오기 시작하고 런던 드라이 진이 보편화됨에 따라 올드 톰 진은 점점 사라졌으나, 이후 크래프트 주류들이 주목받기 시작함에 따라 헤이먼스(Hayman's) 증류소에 의해 올트 톰 진이 부활하여 현재는 여러 크래프트 진 제조사에서 올드 톰 스타일을 다시 복원하고 있습니다.
올드 톰이라는 명칭의 유래는 18세기 당시 영국의 펍에 있던 검은 고양이 모양의 나무판자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 당시 영국은 진으로 인한 알코올 의존증으로 대표되는 사회 문제가 심각했는데 영국 정부가 이를 통제하려 하자 펍에서는 검은 고양이 모양의 판자에 돈을 넣을 수 있는 슬롯을 펍에 배치했고 이에 돈을 넣고 슬롯을 내리면 진을 따라주는 식이었다고 합니다.
3) 런던 드라이 진(London Dry Gin)
진을 가장 처음 접할 때, 그리고 진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로 이름에서 나오는 드라이로 유추할 수 있듯이 단맛이 거의 없는 진입니다. 많은 진 베이스 칵테일이 이 런던 드라이 진을 베이스로 하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형태인만큼 칵테일에 많이 쓰이는 저렴한 진부터 그냥 마시기 위한 프리미엄 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안동식 소주와는 다르게 지역의 이름이 붙어 있지만 지리적 표시제의 적용 대상이 아니며 영국식 진 스타일을 고수한다면 런던 드라이 진이라는 명칭을 표기할 수 있습니다.
4) 모던 진 (Modern Gin)
런던 드라이진과 더불어 대중화 된 진의 형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8년부터 시작되어 기본 베이스가 되는 주니퍼베리가 기본을 잡는다는 점은 같으나 주니퍼베리 향보단 시트러스나 플로럴 등 보타니컬의 향미에 더욱 집중시키는 파생형 진들을 통틀어서 부르는 형태입니다. 2000년대의 진 르네상스 시대 동안 크게 발전하였으며 몽키47, 핸드릭스, 탱커레이, 봄베이 사파이어 등을 모던 진의 대표적인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향료를 일부 사용하거나 재료를 침출하는 방식 또한 사용하기도 합니다.
5) 네이비 스트랭스 진 (Navy Strength Gin)
헤이먼스처럼 업체에 따라서는 로얄 독(Royal Dock)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네이비 스트랭스의 유래는 영국 해군에 의해 생겨났는데, 알코올 도수가 57.15% 이상인 모든 진은 네이비 스트랭스 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이유는 시대적으로 굉장히 실용적인 이유로 밝혀졌는데, 항해를 할 때 갑판 아래에 진과 럼은 모두 나무통에 보관되어 있었고, 화약도 함께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진이나 럼 통에서 물이 새어 화약이 젖어 불이 붙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알코올 도수는 적어도 57.15% 이상이어야 했습니다. 그 이하라면 화약이 젖어 불이 붙이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모든 진은 물로 희석하여 원하는 수준의 ABV(Alcohol By Volume)에 도달합니다. 진은 다양한 재료를 첨가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에 네이비 스트렝스 진은 알콜이 더 많을 뿐만 아니라 원래 재료의 맛도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6) 크래프트 진 (Craft Gin)
크래프트 진은 소규모 증류소에서 만들어진 특색 있는 진들을 뜻합니다. 소규모인 만큼 대형 회사보다 독특한 스타일의 진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위스키나 브랜디 등 브라운 스피릿에 비해 제작 단가가 낮으며 재료의 조합으로 개성적인 술을 만들 수 있다보니 증류주로서는 굉장히 진입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대체적으로 일본의 진이 크래프트를 많이 하는 편이며 최근에는 국산 진도 일부 보이고 있습니다.
굉장히 긴 정보글을 작성하게 되었는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진을 굉장히 좋아하는 만큼 사족이 있더라도 즐겁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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